살아오면서 지금처럼 제 자신을 원망해본적이 없습니다.
지난 주에 11억원이 어이없게 눈앞에서 사라졌어요. 로또리치에서 핸드폰 문자로 보내준 번호를 밀려쓰다가 마지막 번호였던 31을 37로 마킹하는 바람에....11억원이 날아가고 110만원 짜리 3등에 당첨됐습니다.

저는 올해 서른네살 직장인이고 수도권에서 방사선검사 일을 하고 있습니다. 로또에 관심도 없고 로또를 사본적도 없었는데 작년 12월에 인터넷하다가 로또리치를 알게되서 신뢰감이 들어 가입했고 지금까지 한주도 빠짐없이 로또를 사왔습니다. 지난 토요일 근무할때 저는 완전 기뻤습니다. 3등에 당첨되게 해준 로또리치에 감사해하며 직장 동료직원들에게도 3등당첨 사실을 자랑하니 동료들이 바로 로또리치에 가입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아침 근무 중에 전화가 왔습니다. 로또리치라고 하더군요.
저는 3등당첨 축하 전화인가보다 하고 감사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더니,
3등이요?? 되물으면서 직원분이 당황하더라고요.
통화하면서 얘기를 듣다가 손이떨려 전화기를 떨어뜨릴뻔 했습니다....
지난 주에 제가 받은 번호가 3등번호가 아닌 1등 번호였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습니다. 일단 전화를 끊고 지난 주 수요일에 받았던 문자를 다시 확인해봤습니다. 맞더군요.. 진짜 1등 번호였습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제가 받은 문자 속에는 4, 11, 13, 17, 20, 31 번호가 5번째줄에 또렷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제가 구입한 로또용지와 대조를 해보니....
5번째 줄 1등 번호 마지막 숫자를 31이 아닌 37로 마킹을 했던 겁니다. 바로 밑에 줄에 숫자를 보고 적어버린거죠.. 옆에서 통화내용을 듣고 내용을 짐작한 직장 동료들이 3등이 아니라 1등이었냐!!고 소리지르고 자기들이 안타까워서 왜 그런 엄청난 실수를 했냐고 막 뭐라고들 하는데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고 그저 받아들이기엔 너무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사람이 뭐에 씌인다고들 하죠.. 처음에도 번호를 적다가 순서가 밀려서 적은걸 확인하고 구겨버리고 다시 새로운 용지에 신중을 기한다고 마킹을 했는데 또 실수를 해버린 거죠.... 엄청난 실수를 저지른 제 자신에 너무 화가나네요. 스스로 더 화가 났던건 로또리치의 추천번호 10조합 중에 유일하게 숫자하나를 잘못적은게 하필 1등당첨 번호였던겁니다. 그나마 다른 번호에서 잘못 적었다면..ㅜㅜ 지금까지 로또를 사면서 사소하게라도 마킹 실수한적이 없는데 그날 정신이 어디에 홀렸는지
왜 그랬을까요? 저 자신이 너무나 원망스럽습니다....

넉넉하지 않은 집안에서 자랐고 나름대로 열심히 일을 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엔 누나의 도움으로 작은 방도 얻어서 빚진 마음에 더 열심히 일해서 누나에게 신세진 것도 갚으면서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지내왔고 그러느라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뵌지도 반년이 넘었습니다. 로또3등 당첨된걸 알았을때 이 돈으로 곧 다가오는 추석때 부모님 용돈으로 얼마 챙겨놓고 나머지로 양손 무겁게 가족들 선물을 사가지고 가야지 생각하면서 정말 기뻐했는데 지금은.. 1등을 손에 쥐었다면 부모님 깨끗한 집한채 사드리고 누나 시집 밑천을 내가 도와줄 수 있었는데..하는 더 큰 아쉬움으로 다가옵니다.

지금 어느정도 마음을 추스렸기에 마음을 고쳐먹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안그러면 제가 힘들것 같아요. 처음 마음대로 3등 당첨금으로 부모님 용돈과 선물을 사고 따듯한 밥한끼 함께 먹을 수 있는 건강함과 이 현실에 감사하고자 합니다.....

이런 사실을 다 아는 직장 동료들도 어제 까지는 숫자하나 제대로 못적는 바보 멍충이라며 구박했지만 오늘은 다 잊고 힘내라는 응원들을 많이 해주시네요. 그래서 더 위로가 되고 힘이 납니다. 직원분도 다시 전화와서 하시는 말이 로또리치 직원들도 이 소식을 듣고 처음있는 일이라 너무 당황스럽고 안타까워 하면서 혹시라도 좌절할까 많이 걱정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주위에서 더 걱정해주시니 이 시간을 빌어 저는 괜찮다는 말씀 꼭 해드리고 싶습니다. 3등도 큰 행운이고 백만원이든 백억이든 가족들과 따듯한 정을 나누는게 제겐 더 소중하니까요.
이번에 11억원은 그냥 제 돈이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그리고 로또를 꾸준히 구매하다보면 또 좋은 일이 생길꺼라고 믿습니다.

예전에 1등번호 받고 못샀다던 분이 그러셨죠. 행운이란 놈은 소리없이 와서 아주 잠시 곁에 머무르다 바람처럼 사라지는 놈이라고요.... 행운은 정말 소리없이 찾아오네요. 너무 공감되는 표현입니다. 기다리고 있는다고 오는 것이 아닌것 같아요. 그냥 숨쉬듯 매주 자연스럽게 노력해야 하는 것이고 그렇게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다보면 나도 모르게 찾아오는 것이 행운인 것 같습니다.
이번주 또 다음주 낙첨됐다고 실망하지 마시고요 언제건 다가올 희망을 맞이할 준비를 하세요. 비록 1등을 손에 쥐지는 못했지만 제게 비결이 있다면 그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요, 다른 로또사이트들을 보다가 로또리치 1등회원님들의 당첨 사진들을 그대로 베껴서 거기 사이트에서 1등 나왔다며 홍보하는걸 여러군데서 봤습니다. 심각하던데요... 그래서인지 어떤 분들은 로또리치 내용을 못 믿겠다고 댓글 쓴것도 봤기 때문에.. 저한테 1등번호도 주셨고 친절하게 전화로 안내와 위로해주신 직원분의 감사한 마음에 보답하고자 제가 수요일에 1등번호를 받았던 핸드폰 메시지, 로또살때 마킹한 용지, 구매한 로또복권을 사진 찍어서 함께 올립니다. 당첨금 찾고 나서 받는 용지.. 그걸 수령증이라고 하나요? 그것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여러분도 추석 명절 가족들과 함께 풍성하게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